화요일 밤 10시, 학원 문을 잠그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그날 상담한 어머니 한 분이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요. 반 분위기도, 선생님 경력도, 성적 오른 아이 얘기도, 할 말은 다 했습니다. 표까지 세 장을 뽑아 보여드렸고요. 그런데 끝까지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다음엔 자료를 한 장 더 준비하자." 안 통하면 더 민다. 그게 제 본능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제가 미는 만큼, 그 어머니는 딱 그만큼 뒤로 물러났습니다.
조나 버거의 『캐털리스트』를 만난 건 그 무렵입니다.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인데, 책을 펴자마자 제 그 밤을 정확히 그려놓은 그림 하나가 있었어요. 우리는 안 움직이는 사람을 '구슬'처럼 봅니다. 안 굴러가면 더 세게 밀면 된다고요. 그런데 버거는 사람이 구슬이 아니라 핸드브레이크가 잠긴 자동차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주차 브레이크를 채운 차는, 뒤에서 아무리 밀어도 땀만 나지 꿈쩍도 안 해요.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레버를 톡 내리면? 손가락 하나로도 슬슬 굴러갑니다.
그날 제가 한 건, 잠긴 차를 죽어라 민 거였어요. 자료 세 장은 더 미는 힘이었고, 정작 어머니 마음엔 브레이크가 잠겨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버거의 질문은 "어떻게 설득하지?"가 아닙니다. **"이 사람은 지금 어떤 브레이크가 잠겨 있지?"**예요. 그가 정리한 다섯 개의 브레이크 중에서, 학원 상담실에 제일 자주 잠기는 건 제 경험상 셋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밀면 켜지는 반발입니다. 누가 밀어붙이는 순간 사람 머릿속엔 '반설득 레이더'가 켜져요. 책에 나오는 금연 광고가 그래요. "담배 피우지 마"라고 똑바로 막았더니 10대들의 흡연 욕구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막는 게 곧 미는 거라, 미는 만큼 레이더가 켜진 거죠. 그날 제 "이번 달에 등록하셔야 자리 있어요"가 딱 그 광고였습니다. 버거의 처방은 레버를 어머니 손에 쥐여 드리는 겁니다. 하나를 들이미는 대신 길을 두 개 내주는 거예요. "이번 주에 수업 한 번 보고 정하셔도 되고, 다음 달 새 반 편성 때 다시 얘기 나눠도 돼요." 똑같이 등록으로 가는 길인데, 고르게 하니 레이더가 안 켜집니다.
레버를 드렸는데도 차가 안 가면, 다른 브레이크가 잠긴 겁니다. 지금 가진 걸 놓기 아까운 마음이요. 버거가 든 머그컵 실험이 유명한데, 똑같은 컵인데도 가진 사람이 팔 때 부르는 값이 살 사람이 낼 값의 거의 두 배였습니다. 사람은 새로 얻을 것보다 지금 잃을 걸 훨씬 크게 느껴요. 그래서 "우리 학원 오시면 이게 좋아져요"라고 이득만 쌓는 건 약합니다. 어머니 머릿속에선 '지금 다니던 곳 그만두는 손해'가 그 이득을 눌러버리거든요. 화살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 한 학기 더 가면, 아이가 뭘 놓치게 될까요?" 옮기는 비용 말고 안 옮기는 비용을 같이 세어보게 하는 거예요. 사람이 멈춰 있는 진짜 이유는 변화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가만히 있는 값이 안 보여서일 때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와도 마지막 브레이크가 남아요. '우리 애한테 맞으려나' 하는 불안입니다. 결심 앞엔 늘 이 물음이 버티고 섭니다. 버거가 든 드롭박스 이야기가 그래요. 처음엔 "내 파일을 남의 서버에 맡긴다"는 게 불안해 아무도 가입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는 설득을 멈추고, 그냥 일부 용량을 공짜로 먼저 써보게 했어요. 직접 써보니 불안이 사라졌고, 그제야 지갑이 열렸습니다. 학원도 똑같아요. "2주만 다녀보시고, 아이가 안 맞아 하면 그때 편하게 그만두셔도 됩니다." 되돌릴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맞으려나' 하던 걱정이 확 작아집니다. 시험해보기 쉬우면, 결심하기도 쉬워져요.
단, 차를 굴리기 전에 딱 하나는 확인하셔야 합니다. 목적지요. 정작 수업이 부실한데 등록률만 끌어올리려 이 책을 펴셨다면, 순서가 틀렸습니다. 브레이크를 풀어 신나게 굴렀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면, 빨리 가는 게 더 나쁘니까요. 버거의 도구는 좋은 변화를 막는 장벽을 치우는 것이지, 빈 수레를 그럴듯하게 굴리는 기술이 아닙니다. 게다가 현실에선 이 브레이크들이 깔끔하게 하나씩 잠기지 않아요. 두세 개가 한꺼번에 엉켜 있을 때가 많습니다. 어느 게 진짜 잠겼는지 가려내는 눈은 결국 원장님이 직접 길러야 합니다. 운전석엔 늘 원장님이 앉아 계시니까요.
이 책엔 학원 상담실보다 훨씬 센 장면도 많습니다. 인질 협상가가 총 든 사람의 마음을 여는 법, 깊은 신념을 단 한 번의 대화로 돌려세운 '딥 캔버싱' 같은 것들이요. 그 장면들이 결국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마음은 밀면 밀어냅니다. 변화는 더 미는 게 아니라, 막고 있는 브레이크를 푸는 일이다.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세요. 등록을 망설이는 학부모 한 분을 떠올리고, "어떻게 더 설득하지?"라고 적던 자리에 대신 이렇게 적어보는 겁니다. "이분은 지금, 어떤 브레이크가 잠겨 있을까?" 질문 하나만 바꿔도 다음 상담의 첫마디가 통째로 달라집니다. 미는 손을, 운전석으로 옮겨 앉히는 거예요.
| The Catalyst — How to Change Anyone's Mi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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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 버거(Jonah Berger) 저 |
| Simon & Schuster · 2020 |
"마음은 밀면 밀어냅니다. 변화는 더 미는 게 아니라, 막고 있는 브레이크를 푸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