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신규 독해 프로그램을 열기 전이었습니다. 저는 학부모 서른 분께 설문을 돌렸어요. "이런 수업이 생기면 보내실 의향 있으세요?" 스물여섯 분이 "네, 꼭이요"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상담에서도 다들 좋다고 하셨고요. 저는 강사를 미리 뽑고 교재를 인쇄했습니다.
개강일에 등록한 학생은 네 명이었습니다.
뭐가 틀렸을까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문제는 학부모의 거짓말이 아니라, 제가 던진 질문에 있었어요. 그러다 이 책 제목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The Mom Test, 우리말로 '엄마 시험'입니다.
저자 롭 피츠패트릭이 드는 장면은 이래요. 당신이 엄마에게 "내 사업 아이디어 어때?"라고 물으면, 엄마는 무조건 좋다고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그건 거짓말이지만 악의는 없어요. 소개팅 자리에서 "저 어때요?"라고 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면전에서 별로라고 말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러니 그 "좋다"는 대답을 데이터로 착각한 제가 틀린 겁니다.
여기서 이 책이 보통의 '고객 조사' 책과 갈라집니다. 다른 책들은 무엇을 물을지를 가르쳐요. 질문지를 더 정교하게, 선택지를 더 촘촘하게요. 그런데 피츠패트릭은 질문지를 고치라는 게 아니라, 묻는 법 자체를 뒤집으라고 합니다. 핵심은 한 가지예요. 말은 공짜라는 것. 사람은 값을 치르지 않는 말은 얼마든지 후하게 합니다. 그러니 진짜를 알고 싶으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상대가 이미 값을 치른 곳을 봐야 해요. 그리고 사람이 값을 치른 곳은 딱 하나, 어제까지 그가 실제로 한 일입니다.
그래서 피츠패트릭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의견("이 수업 괜찮죠?")도, 미래("보내실 거예요?")도 묻지 마라. 둘 다 공짜로 좋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니까요. 대신 어제 한 일을 물어라. 상담실에서 풀면 이래요. 보통은 "어머니, 우리 논술 수업 보내실 생각 있으세요?"라고 묻고, 학부모는 "좋죠"라고 답하고, 그 말은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바꿉니다. "어머니, 지난 학기에 글쓰기 때문에 따로 뭘 시켜보신 적 있으세요? 어디에, 한 달에 얼마나 쓰셨어요?" 작년에 학원이든 학습지든 이미 돈을 써본 학부모는 진짜 고객입니다. 한 번도 안 써본 분의 "좋죠"는, 엄마의 "아이디어 좋네"와 똑같은 공짜 칭찬이고요.
그래서 제일 위험한 말이 "수업 정말 좋네요"입니다. 기분은 좋지만 한 푼도 안 치른 말이거든요. 피츠패트릭은 칭찬을 흘려보내라고 합니다. 대신 상대가 값을 치르는 순간을 기다리라고요. 값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시간, 평판, 돈. 설명회 끝의 박수를 성공이라 여기지 마십시오. 그날의 진짜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상담을 예약하거나(시간을 치름), 친한 엄마를 소개하겠다며 연락처를 적거나(평판을 치름), 등록 보증금을 거는(돈을 치름) 학부모요. 박수는 공짜고, 약속엔 값이 붙어요. 어느 쪽이 진심인지는 명백하죠.
한 가지 더. 피츠패트릭은 "학부모"라는 말도 너무 헐겁다고 합니다. 초등 저학년 엄마와 고3 엄마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한 덩어리로 묶으면 신호가 뒤섞이거든요. 누가 이 문제를 가장 절박해하는지, 또 그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를 짝지어 잘게 써는 칼이 책에 나옵니다. 다만 그 칼날을 어떻게 벼리는지는 책에서 직접 보시는 게 나아요. 제가 여기서 다 풀어버리면, 정작 원장님 학원에 맞는 날을 못 세우실 테니까요.
다만 미리 일러둘 게 있습니다. 이 책은 따뜻한 책이 아니에요. 오히려 차갑습니다. "나쁜 소식을 사랑하라"고까지 말하거든요. 듣기 좋은 칭찬을 다 의심하라는 말이, 어떤 분껜 사람을 못 믿는 태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학생이 꽉 차고 대기까지 걸린 학원이라면 이 책의 절박함이 잘 안 와닿을 거예요. 검증 없이도 잘 굴러가고 있으니까요. 이 책이 가장 날카롭게 박히는 건, 새로 뭔가를 시작하려는, 그래서 틀리면 돈과 시간이 진짜로 날아가는 원장입니다. 작년의 저처럼요.
칭찬은 데이터가 아닙니다. 데이터는 어제 그가 실제로 한 일에만 있다.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보세요. 다음 신규 상담에서 "이 수업 괜찮으시죠?"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마십시오. 대신 이 한 문장으로 바꿔 적어두는 겁니다. "지난 학기에 이 과목 때문에 어디에 돈을 써보셨어요?" 의견도, 미래도, 칭찬도 말고, 어제 치른 값을 물으세요. 그 한 줄이, 네 명짜리 개강을 막아줍니다.
| The Mom Test — How to Talk to Custom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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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롭 피츠패트릭 저 |
| foundercentric · 2013 |
"칭찬은 데이터가 아닙니다. 데이터는 어제 그가 실제로 한 일에만 있습니다."